주식으로 수익을 내는 사람보다 손해를 보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모든 자산 시장에서 패자가 승자보다 많은 건 보편적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자는 적고 가난한 사람은 많다. 특히 주식 시장에서 패자가 많은 이유는 시장 진입이 자유롭고 적은 금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한 까닭이다.
사람들은 해마다 불경기라지만 2020년 3월 폭락 장에 한국 증권사에 주식을 매수하기 위한 예탁금은 최근 20년 사이 사상 최고의 규모였다. 2월 말에 31조 원 정도 들어와 있던 것이 3월 말에 41조 원이 되며 10조 원 이상 늘어났다. 한국 연간 총예산의 10%에 육박하며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 8억 2000만 원 기준으로 5,000채나 살 수 있는 돈이다. 한국인 평균 가구 자산이 4억 원 정도인데 평균 가구 10만 가구의 전 재산과 맞먹는 규모의 돈이 주식을 사겠다고 대기 중이란 뜻이다. 그러나 이 자본들이 모두 수익을 내고 나가지는 못한다. 그들 중에 많은 사람은 손실을 볼 것이고 일부만이 많은 수익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들 중 손실을 보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그냥 따라 들어왔다.
둘째, 무엇을 살지 계획이 없다.
셋째, 돈의 힘이 약하다.
참 이상한 건 재산을 모을 때는 자식같이 아끼고 살피며 모으면서 투자할 때는 가이드 단체 관광이라도 간 것처럼 따라다닌다는 점이다. 피같이 벌어서 물같이 쓰는 셈 아닌가.
남들이 주식시장에 100년 만에 온 기회라니까 단숨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모아서 한시가 급하게 덜렁 보내놓고 본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주식에 겁 없이 거액을 들여보낸 것이다. 그런데도 계획도 없고 공부도 없다. 경제 방송에서 '배당주'에 '국민주'라는 소리 들은 것이 전부인데 그 말에 전 재산을 집어넣으려고 하루 이틀도 못 기다리고 안달이다. 남의 집 개 사료 고르는 것보다 성의 없다. 그렇게 하루 만에 혹은 한두 시간 만에 종목을 결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군가 한두 마디 하면 바로 나올 것이다. 이런 사람은 조금만 가격이 올라도 1년 치 은행 이자를 벌었다며 좋아하다가 그 주식이 더 올라가면 기다리다 마지못해 따라붙지만 조금만 내려와도 무서워서 손해를 보고 나온다. 애초의 마음은 판 가격보다 내려가면 사겠다는 심사지만 막상 떨어지면 사지도 못한다.
이런 사람은 투자는 물론이고 투기도 못 하고 그냥 증권사 수수료나 주고 거래량 늘리는 역할이나 하다가 슬금슬금 통장에서 돈이 아이스크림처럼 녹는 걸 보게 된다. 더구나 모아 온 돈에 다음 달 대학 등록금이나 내년 결혼자금같이 시간에 여유가 없는 돈이 섞여 있다. 빌린 돈으로 주식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 두세 배의 레버리지를 써서 상품을 사기도 한다.
목 뒤에 칼을 든 협박범과 같이 일하는 것이다. 이런 돈이 섞여 있으면 멀쩡한 돈도 같이 상해버린다.
고구마 상자 안에 썩은 고구마 하나만 있어도 냄새가 나듯 상자 안의 모든 고구마가 걱정된다. 그러나 자칭 주변 전문가들에게 "저항선에서 기술적 반들이 일어날 것 같은가?", "내일 주식이 오를 것 같은가?"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하고, 바보 같은 대답을 듣는가. 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을 이렇게 상대하는 사람은 결코 주식에서 돈을 벌 수 없다. 설령 우연히 돈을 벌었어도 그 돈은 다시 주식으로 들어와 결국 원금과 함께 사라진다. 주식시장은 자신을 도박장으로 만드는 사람에게는 냉혹한 벌을 내려 재산을 몰수해버린다. 주식시장에서는 주식과 그 주식이 거래되는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장기적으로 돈을 번다. 이들은 시장의 기능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주식을 발행하는 이유는 회사를 만드는 데 혼자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니 여러 사람이 나눠서 투자금을 모으기 위함이고, 주식은 그 투자 금액에 따라 배분하겠다는 약속의 증거다.
처음엔 이 증서가 단순한 분배 가치를 정한 종이일 뿐이지만 중간에 이 종이에 적힌 권리를 사고팔려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사고파는 사람이 많아지자 한 곳에서 정해진 시간에 거래할 수 있게 한 게 증권거래소다. 즉, 공동투자로 회사를 만들고 주식을 배분받고 회사에 대한 성장 기대가 각기 다른 사람들이 중간에 이 권리를 사고파는 것이다. 따라서 주식 투자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자신을 경영자로 생각한다. 투자금을 모아 함께 회사를 만든다고 생각하기에 회사의 본질을 잘 이해하려 든다. 무슨 회사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운영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회계장부와 연간 보고서를 꼼꼼히 살핀다. 경영자와 같은 마음으로 시장에서의 회사 역할을 이해한다. 이렇게 자신만의 회사를 머릿속에 만들어놓으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걱정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만약 내가 회사를 직접 경영하고 있는 사장이라면, 주변 사람들의 소문이나 전문가의 견해를 듣고 자신의 회사를 팔거나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투자도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 들어갈 때도 자신만의 판단을 믿고 들어가고, 떠날 때도 자신의 판단을 따라 떠날 것이니 가격 변동에 따라 쓸데없이 들락거리지도 않는다. 과일이 익으려면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둘째, 보유하고 있는 돈이 품질이 좋은 돈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자금은 돌같이 단단하고 무겁다. 이 돈은 당장 어디로 갈 생각도 없고 오랫동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도 편안하다. 오히려 배당이라는 음식만 제공하면 평생 자리 잡고 살 생각도 하는 돈만 모여 있다. 당연히 결속력이 강하고 텃세나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다. 그 돈은 앉은자리에서 주인 행세를 하기도 한다. 이익이 생길 때까지 언제든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안다.
셋째, 싸게 살 때까지 기다린다. 진정한 투자는 팔 때를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살 때를 잘 아는 것이다. 살 때 싸게 사면 파는 건 한결 쉬워진다. 싸게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좋은 주식을 싸게 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크게 성공할 회사를 아직 크지 않았을 때부터 골라 오래 기다리는 인내와 폭락 장에서 한꺼번에 가격이 내려간 주식을 공포 속에서 사 모으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공포가 퍼져 있을 때는 훌륭한 주식도 헐값에 살 수 있다. 이들에게 폭락이나 불경기는 오히려 호경기인 셈이다. 이런 투자자들은 평생 주식시장에서 그 과실을 얻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의 거의 모든 기억이 주식회사 형태로 움직이고 해마다 성장을 해왔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주식시장을 합법적 도박장 정도로 생각하거나 제로섬 게임장으로 여길까? 그동안 당신이 주식에서 돈을 잃기만 했거나 별 재미를 못 봤다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세 가지 특징 중에서 단 한 가지라도 해당하는 부분이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기를 바란다.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성공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가격에 똑같은 주식을 사도 결국 돈을 잃는다. 그래서 진정한 투자자는 친척이나 친구에게도 투자를 권하거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어차피 나올 때는 같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식 투자는 온전한 자기 자본으로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들이 그 결실을 가져가는 시장이다.
마무리하며..
돈의 속성 저자는 스노우폭스 그룹의 회장이자, 김밥 파는 ceo, 생각의 비밀 등의 책을 출간하고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분에 대해서는 나도 '김밥 파는 ceo'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참 대단한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분이 말씀하시는 영상을 몇 번 보았는데 언제나 차분한 목소리로 담대하게 성공에 대해 얘기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전엔 돈에 대한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는 걸 터부시 하는 세상이었다면 요즘 시대엔 더 현명하고 나은 삶을 위해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좋다.
김승호 회장도 인생에서 돈에 대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영적 각성만큼이나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정말 돈의 속성에 대해 잘 아는 자산가로서 비밀에 가까운 돈의 속성을 굳이 글로 알려주고자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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