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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주식투자로 한몫 챙겼다는 성공담이나 쪽박을 찼다는 실패담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물론 실패한 이야기는 성공 사례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고 알려진다 해도 주식 투자자들에 의해 무시되는 경향이 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다음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주변의 어떤 사람이 주식에 1000만원을 투자해서 2년 만에 1000만원을 벌었다.
이런 말을 들은 후에 보이는 반응은 '나도 2년만 투자하면 이득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그러면서 2년 정도는 충분히 참고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이때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2년은 정서적으로 무미건조한 1년이다. 주가가 하락했을 때의 상실감, 초조함, 좌절감, 복수심 등 온갖 종류의 감정적인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지극히 '개념적인 2년'일 뿐이다. 그래서 처음 주식시장에 뛰어들 때는 장기투자가 어려워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냥 사놓고 기다리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막상 주식을 매입하고 나면 그때부터 경험하는 시간은 주식투자에 뛰어들기 전에 예상했던 시간과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시작 첫날부터 경험하게 되는 손실 혹은 이득은 마음속에 정서적 폭풍을 일으킨다. 그런 상태에서 처음에 마음먹었던 것처럼 2년을 여유 있게 지켜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간에 대한 이런 근본적인 심리적 변화가 자신에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한다. 따라서 주변의 아무개가 몇 년 동안 얼마의 수익을 냈다는 정보를 듣는 순간에는 그 몇 년이라는 물리적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자신도 충분히 그 시간 동안 장기 투자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겁도 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 호기심 때문에 장기투자에 실패한다
주식투자에 있어서 온라인 트레이딩은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증권회사의 객장에 앉아서 시세판을 뚫어지게 살피면서 주식거래를 하던 시절과는 달리 요즘에는 컴퓨터 앞에서, 심지어는 핸드폰 화면을 통해서도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그러나 과연 온라인 트레이딩이 개인 투자자에게 최적의 환경일까? 그렇지 않다.
수익률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과잉 확신과 그로 인한 과도 매매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개인 온라인 매매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매매는 일종의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1999년 2월 월스트리트저널은 'These days, online trading can become an addiction'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온라인 트레이딩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 바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온라인 트레이더들의 75%가 25~45세의 남자라고 한다. 그런데 이 연령대의 남자들이야말로 자신에 대한 과잉 확신과 미래에 대한 낙관론이 가장 강하다. 미국 투자 회사인 페인 웨버의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젊을수록 주식투자에 낙관적이라고 한다.
대다수의 온라인 트레이더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처음에 마음먹었던 장기투자의 꿈을 망각하는 이유는 인간의 호기심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한 번만 클릭하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최첨단 트레이딩 프로그램이 자신의 컴퓨터 화면에 깔려 있어도,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을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래서 주식을 매수한 후에, 장기투자를 계획하면서도 그냥 보기만 하겠다고 큰소리치며 컴퓨터 화면 위에 온라인 매매 프로그램을 열어놓는다.
계좌를 자주 확인하면 단기 투자자로 전락한다.
주식투자에서 너무나 분명한 사실 중 하나는 계좌를 자주 확인할수록 그만큼 손실 감도 자주 경험하게 된다는 점이다. 주가의 움직임이라는 것이 일정한 패턴을 예측하기 어렵고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1시간 단위로 계좌를 확인하는 사람과 하루 단위로 확인하는 사람, 1개월 단위로 확인하는 사람, 1년 단위로 확인하는 사람 간에 경험하는 손실감은 뒤쪽으로 갈수록 느끼는 빈도가 잦아진다.
1년에 한 번 확인하는 사람은 기껏해야 단 한 번의 손실을 경험하고 말지만, 한 달 단위로 확인하는 사람은 많게는 1년에 12번의 손실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마치 권투 시합에서 잽을 여러 번 허용하는 것과도 같다.
자주 확인하면 할수록 실패를 경험할 확률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해 '이 정도 손해는 괜찮아. 처음이니까 배우는 셈 치지 뭐'라며 호기를 부린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초기의 작은 손실에는 개의치 않겠다고 공언한다. 이런 어리석은 생각은 사람의 감정이, 특히 손실감이나 패배감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나오는 '과잉 확신'에서 비롯된다. 괜찮을 것 같았던 마음이 이내 평상심을 잃게 되고, 조바심이 나면서 심지어 '복수심'마저 생겨난다.
'복수심'은 주식투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감정 중의 하나다. 매에는 장사 없듯이 주식으로 손실을 자주 경험하게 되면 아무리 마인드컨트롤을 잘하는 사람도 견뎌낼 재간이 없다. 그 어느 곳보다도 철저한 포커페이스가 필요한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그러나 계좌를 자주 확인하면 어쩔 수 없이 조바심과 복수심에 사로잡히게 되고 시간의 프레임이 단축되고 만다. 장기투자의 초심은 어느새 사라지고 피를 말리는 초조한 심정으로 몇 시간, 아니 몇 분 단위로 계좌를 확인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단기투자의 늪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미국 예일 대학의 한 경제학자는 "개미 투자자들의 경우는 1년에 한 번 정도만 계좌를 확인해도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만일 자기감정을 조절할 자신이 없다면, 그리고 자신의 호기심을 억제할 자신이 없다면 주식을 매수한 후에는 컴퓨터에서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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